미로

다이어리|일상 2006/07/27 01:00
한때 미로에 빠진적이 있었다.
실제 미로에 빠져서 헤매였다는 의미가 아니고 미로를 그리는데 빠져있었던 적이
있었다. 무려 1년여동안 연습장 10권이상의 미로를 그렸고
연속으로 이어진 연습장 1권의 토탈미로(그당시 멋대로 지어낸 미로이름)도 있엇다.
미로의 크기가 뭐랄까 3차원 개념이랄까 그런것이였다.
보통 미로를 그릴때 2차원의 종이에 그리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미로는 2차원이된다.
그래서 내가 생각했던것이  터널이라는 개념으로 그 표식을 만나면 다음장의
그 표식과 연결된다는 그런 개념이었다. 그래서 처음에 2장짜리 즉 2층짜리 미로를
그렸다가 나중엔 연습장 200페이지 모두 쓰는 200층짜리 미로를 그린적이
있었다. 거의 6개월에 걸친 대 작업이었다.

이때가 언제였나면 중1 때 일이었다. 그당시 나의 미로책을 돌며보면서 열심히
풀던 아이들의 이름이나 얼굴도 전혀 기억나지 않고...

그 미로책은 고등학교때까지 보관되어었지만 어느시점에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그리고 그 미로중에 내가 스스로 판단하기에 최고라고 생각했던
미로는 연습장에서 뜯어내어 따로 보관했었는데 그것이 내가 중학교 1학년때
미로를 그렸다는 최후의 증거인셈이었다. 그런데 그 미로마저도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았다.

미로처럼...

가끔은 그 시절처럼 미로를 그리면서 느꼈던 그 무엇 그 무아지경을
느끼고 싶을때가 있다. 그러나 그때처럼 머리속에 그리고자 하는 미로의
외형이나 길의 패턴 그리고 상상력이 지금 남아있지 않는것 같다.

그 이후 미로를 몇번 그리려고 시도를 했지만 중1 시절의 그 감각에
미치지 못하는것을 느끼고는 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곤 했었다.

각각의 시절마다 어떤 감각의 최고봉의 시절이 있는 것 같다. 물론 그것은
연습의 효과일 것이다.

군 시절에는 하루에 몇백장의 숫자를 키패드로 입력해야만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키패드를 치는 오른손의 감각은 보는것과 즉시 숫자를
찍어내는 수준이 된다. 어느정도나면 숫자 1000개 정도 치면 가끔 눈보다 손이
앞서서 숫자를 잘못 치는 경우가 있다. 주로 인접한 위아래의 숫자인데 6을 쳐야
하는데 9를 치는 경우이다. 그러면 이 오른손이 자연스럽게 백스페이스로 넘어가서
백스페이스를치고 6을 다시친다. 그냥 마치 트리거처럼 말이다.
스스로도 놀라게 되는 경지에 이르러 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감각의 전이는 어쩔 수 없다. 군생활이 끝나고 나서 숫자를 치는
일이 줄어든 지금은 그 시절 감각에 비해서 엄청나게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숫자치면서 생활을 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결국 '생활의 달인' 이라는 것은 생활속에서 얻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로를 매일처럼 그렸던 그 시절의 감각을 지금 얻을 수 없듯이 말이다.

하지만 여기엔 교훈이 있다. 적어도 자기가 몸담고 생활하고 생활을 영유해 간다면
이러한 최고의 감각을 가질수 있도록 시간을 헛되히 보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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